독서기록📚

김상욱 - <떨림과 울림> / 동아시아

pposooj 2026. 4. 8. 16:47


떨림과 울림

김상욱 /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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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본질을 보려면 인간의 모든 상식과 편견을 버려야 한다. 그래서 물리는 처음부터 인간을 배제한다. 

 

 

김상욱 교수는 프롤로그에 ‘물리학이 인간적으로 보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인문학의 느낌으로 물리를 이야기해 보려고 했다’고 썼다. 그리고 《떨림과 울림》은 정말 그 의도에 가까운 책이었다. 이 책은 물리학의 원리를 단순히 설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원리들이 인간과 삶을 어떻게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지까지 자연스럽게 이어 보인다. 그래서 읽는 동안 과학책을 읽는다는 느낌과 함께, 세계를 바라보는 하나의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많았다. 물리학과 철학적 사유가 만나며 만들어내는 결이 분명히 있었고, 그래서 ‘따뜻한 과학책’이라는 말이 잘 어울렸다. 다만 ‘따뜻하다’는 것이 곧 ‘쉽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도 함께 실감했다. 적어도 나처럼 물리학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여러 번 멈추고 다시 읽을 각오가 필요한 책이었다.

양자역학을 한번 찍먹해 보겠노라 호기롭게 꺼내 들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장렬하게 패배했다. 교수님… 믿었는데… 읽는 동안 내가 이해하고 있는 줄 알았다가도 몇 장 뒤면 다시 아득해지는 순간이 반복됐다. 그래도 묘하게 좌절만 남는 책은 아니었다. ‘이 세상에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리처드 파인만의 명언을 위안삼아 본다. 현대 물리학의 선구자도 그렇게 말했다는데 내가 뭐라고 감히 양자역학을 완전히 이해하려 들겠는가. 이해에는 실패했지만, 적어도 물리학에 대한 흥미에 불이 붙은 것은 사실이다. 다 읽고 나니 조금 더 알고 싶어졌고, 다음에는 카를로 로벨리의 책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도 흥미를 갖게 만드는 책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 싶다.

 


 

 

우주의 본질을 보려면 인간의 모든 상식과 편견을 버려야 한다. 그래서 물리는 처음부터 인간을 배제한다. (7)

 

빅뱅이론은 우주가 한 점에서 시작하여 팽창해왔다고 이야기한다. 그 이유는 모른다.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에 어느 날 “꽝!” 하고 우주가 나타난 것이 아니다. '꽝' 하는 소리와 빈 공간이 존재한다는 개념조차 빅뱅과 함께 생겨났다. (38~39)

 

모든 사람은 죽는다. 죽으면 육체는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 어린 시절 죽음이 가장 두려운 상상이었던 이유다. 하지만 원자론의 입장에서 죽음은 단지 원자들이 흩어지는 일이다. 원자는 불멸하니까 인간의 탄생과 죽음은 단지 원자들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 (49)

 

위상 수학적으로는 모두 동등한 삶이다. 삶의 겉모습을 몇 배로 늘리는 것에는 집착하면서 정작 바꿀 수 없는 인생의 가치에 무관심 했던 것은 아닐까? 나에게 있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인생의 가치는 무엇일까? 위상수학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84)

 

빅뱅 당시 우주의 모든 에너지가 한 점에 응축되어 있었다. 이 에너지가 물질로 변환된 것이다. 결국 우리 주위의 모든 에너지는 빅뱅에서 기원한다. 에너지보존법칙이 우리에게 알려준 놀라운 사실이다. (223)

 

진화에 목적이나 의미는 없다. 의미나 가치는 인간이 만든 상상의 산물이다. 우주에 인간이 생각하는 그런 의미는 없다. 그렇지만 인간은 의미 없는 우주에 의미를 부여하고 사는 존재다. 비록 그 의미라는 것이 상상의 산물에 불과할지라도 그렇게 사는 게 인간이다. 행복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게 인간이다. 인간은 자신이 만든 상상의 체계 속에서 자신이 만든 행복이라는 상상을 누리며 의미 없는 우주를 행복하게 산다. 그래서 우주보다 인간이 경이롭다. (251)

 

필자가 과학자로 훈련을 받는 동안, 뼈에 사무치게 배운 것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는 태도였다. 모를 때 아는 체하는 것은 금기 중의 금기다. 또한 내가 안다고 할 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물질적 증거를 들어가며 설명할 수 있어야 했다. 우리는 이것을 과학적 태도라고 부른다. 이런 의미에서 과학은 지식의 집합체가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태도이자 사고방식이다. (268~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