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김영민 -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 어크로스

pposooj 2026. 4. 4. 16:25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 / 어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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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해 생각 함으로써 죽음을 삶으로부터 몰아낼 수 있다. 삶을 병들게 하는 뻔뻔한 언어들과 번쩍이는 가짜 욕망들을 잠시 몰아낼 수 있다. 

 
 
아무런 정보 없이 제목만 보고 덜컥 골랐는데, 본문을 읽어보니 도서관에서 프롤로그까지 읽었을 때 예상했던 내용과는 전혀 달라서 일단 1차 당황.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특유의 유머 코드에 2차 당황.
그런데 이 낯섦이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하자 오히려 문장들이 더 또렷하게 다가왔다. 처음엔 거리감이 있었지만, 그 간극이 좁혀지는 순간부터는 책이 꽤 빠르게 읽혔다. 결국 끝까지 읽고 나니, 이 책은 단순히 ‘죽음’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라 삶을 더 선명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행복이 지나치게 과대평가되어 있다’는 부분에서는 크게 공감했다.
우리는 늘 더 행복해져야 한다고 배우고, 행복하지 않으면 어딘가 잘못된 것처럼 느끼며 살아간다. 그런데 이 책은 오히려 그 반대로, 불행하지 않은 상태 자체가 얼마나 귀한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소소한 근심’을 누리며 산다는 말이 인상 깊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실 사소한 걱정이 있다는 건, 그보다 더 큰 걱정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나를 돌아봐도, 큰 문제 없이 일상을 보내고 있으면서도 괜히 더 큰 만족이나 더 큰 행복을 찾으려고 애쓰고 있었던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다.
 


 

아침에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노을을 보며 죽음을 두려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술잔을 앞에 놓고 죽음에 압도되는 것은 좋지 않다. 천장을 바라보며 죽음의 충동에 시달리는 것은 좋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 단련된 마음의 근육으로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프란츠 카프카는 “사람들이 무언가 사진 찍는 것은 그것을 정신에서 몰아내기 위해서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죽음에 대해 생각 함으로써 죽음을 삶으로부터 몰아낼 수 있다. 삶을 병들게 하는 뻔뻔한 언어들과 번쩍이는 가짜 욕망들을 잠시 몰아낼 수 있다. (p.6)

 

이 세계는 결코 전체가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어떤 불가해한 흐름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되는 일, 우리의 삶이란 불가해한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위태로운 선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일, 이 모든 것이 성장의 일이다. (p.40)

 

상처가 없다면, 그것은 아직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캔버스, 용기가 없어 망설이다가 끝낸 인생에 불과하다. 태어난 이상, 성장할 수밖에 없고, 성장 과정에서 상처는 불가피하다. 제대로 된 성장은 보다 넓은 시야와 거리를 선물하기에, 우리는 상처를 입어도 그 상처를 응시할 수 있게 된다. (p.42)

 

파국을 넘어, 사회적 삶은 의외로 오래 지속된다. 사회적 삶 이 지속되는 동안은 공적인 의미를 확정할 수 없기에 역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역사는 사회에 대해 죽음이 삶에 행하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제 이 사회가 경험한 공적인 시간에 대해 '전쟁과 평화'를 쓸 때가 되었다. (p.143)

 

이 땅에 희망이 있어서 희망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기에, 희망을 가진다. (p.162)

 

"행복보다는 불행하지 않기를 바라는 쪽이다. 행복이 단지 기분이 좋은 걸 의미한다면, 나는 우리 사회에서 행복이 지나치게 과대평가돼 있다고 생각한다." 김 교수는 찰나의 행복보다는 차라리 '소소한 근심'을 누리며 살기를 원한다고 했다. 왜 만화 연재가 늦어지는 거지', "왜 디저트가 맛이 없는 거지' 같은 '소소한' 근심을 누리는 건, 그것을 압도할 큰 근심이 없다는 것"이기 때문이란다. (p.3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