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60 이언 매큐언 - <나 같은 기계들> / 문학동네 나 같은 기계들이언 매큐언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우리 앞에 궁극의 장난감, 모든 시대의 꿈, 인본주의의 승리 ⎯ 혹은 그 죽음의 천사 ⎯ 가 앉아 있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 우리가 '인간적'이라 부르는 것. 그것은 불완전성이 아닐까? 인간의 욕망과 오만으로부터 창조된 '인간보다 완전한' 존재인 인조인간의 탄생은 우리를 더욱 특별하게 할까? 아니면 불필요한 존재로 만들까? 사실 살짝 식상해진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뻔하다는 생각이 크게 들지 않는 것은 역시 이언 매큐언의 힘일 것이다. 현실과 약간 다른 역사를 가진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이언 매큐언의 단골 소제인 ‘도덕적 딜레마’를 인조인간의 범위까지 확장한다. 오직 합리와 진실만을 추구하는 인조인간 아담과 이익에 따라서 거.. 2026. 4. 27. 헤르만 헤세 - <밤의 사색> / 반니 밤의 사색헤르만 헤세 (배명자 옮김) / 반니💭아, 너무나 느리게 가는 긴긴밤이여. 밤이라는 시간은 신비롭다. 상상력이 전무한 나 같은 사람도 방에 고요한 어둠이 내려앉으면 조용히 사색에 빠진다. 낮에는 잘 떠오르지 않던 생각들이 밤이 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순간들이 있다. 미래에 대한 알 수 없는 두려움, 언제인지 모를 과거의 내 모습을 되새김하며 몰려오는 수치심 같은 것들. 그런 생각들은 굳이 불러내지 않아도 밤이 되면 저절로 떠오른다. 어두운 밤에 나는 나에게서 나를 보호하지 못한다. 그래서 더 솔직해지는 시간 같기도 하고, 그래서 더 불편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 생산성 없는 자기 비하의 시간에 읽기 좋은 책이다. 짧지만 가볍지 않은 산문과 일기, 시가 엮여 있어 잠이 오지 않는 밤에 한.. 2026. 4. 20. 프랑수아즈 사강, 베르나르 뷔페 - <해독 일기> / 안온북스 해독 일기프랑수아즈 사강 (베르나르 뷔페 그림, 백수린 옮김) / 안온북스💭나는 나를 감시한다. 나는 내 안에 있는 다른 짐승을 감시하는 짐승이다. 약물에 중독된 사강이 중독 치료를 위해 시설에 입원한 기간 동안 쓴 일기이다. 베르나르 뷔페의 거칠고 파격적인 삽화가 사강의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내면을 더욱 효과적으로 보여 주는 듯했다. 글이 매우 짧은 데다 삽화까지 있어 순식간에 읽을 수 있었는데, 짧은 문장들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담긴 감정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오히려 더 직접적으로 와닿아서 읽는 내내 쉽게 넘기기 어려운 순간들이 있었다.중독의 고통과 입원 생활의 고독, 혼란과 우울 속에서도 자신을 외면하지 않고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읽기와 쓰기를 멈추지 않는 그의 태도가 .. 2026. 4. 20. 김선오 - <미지를 위한 루바토> / 아침달 미지를 위한 루바토김선오 / 아침달💭입증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의 매혹 앞에 자꾸 무릎 꿇게 되는 것. 아름다움의 권능에 복종하여 논리와 체계 앞에서 눈을 감는 일. 시와 철학이 사이가 좋지 않은 이유는 어쩌면 각자 다른 신에게 복종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와 친하게 지낸지 얼마 되지 않았다(조금이나마 친해졌다는 것도 나 혼자만의 생각일 수 있지만). 여전히 나는 시 앞에서 조금 머뭇거리는 사람에 가깝다. 그래서 제대로 읽어본 시집도 아직 많지 않다. 대신 시인이 쓴 산문은 꽤 읽는 편이다. 시를 어려워하는 나에게 시인의 산문은 시와 나 사이의 심적 거리감을 조금 좁혀주는 매개처럼 느껴진다. 시에서는 단번에 닿지 못했던 문장이 산문에서는 조금 더 뚜렷한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 시인이.. 2026. 4. 16.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별의 시간> / 을유 문화사 별의 시간클라리시 리스펙토르 (민승남 옮김) / 을유 문화사💭그녀는 삶에서 너무 많은 즐거움을 누리면 무서운 형벌을 받게 되거나 심지어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죽음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덜 살았다. 생명이 영영 고갈되지 않도록 아주 조금씩 살았다.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마지막 작품 《별의 시간》을 읽었다. 마지막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고 읽어서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이 소설이 지닌 기묘한 밀도와 떨림이 더 크게 다가왔다. 짧은 소설인데도 쉽게 지나가지지 않았고, 이야기 그 자체보다 이야기를 둘러싼 목소리와 감각이 오래 남았다. 무엇을 말하는지보다 어떻게 말하는지가 더 강렬하게 다가오는 소설이 있는데, 이 책이 내게는 그랬다. 삶에서 즐거움을 너무 많이 느끼게 되면 큰 벌을 받거나 .. 2026. 4. 15. 벵하민 라바투트 -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 문학동네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벵하민 라바투트 (노승영 옮김) / 문학동네💭내가 추구하는 총체적 이해로부터 어떤 새로운 참상이 벌어질까? 인류가 심장의 심장에 도달하면 무슨 짓을 저지르게 될까? 《매니악》을 꺼내 읽으려고 마음먹었다가, 옆에 꽂혀 있던 이 책부터 다시 읽고 싶어졌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정말 맞는 것인지, 그 사이 과학 관련 책들을 몇 권 읽어둔 것이 분명 도움이 됐다. 처음 읽을 때는 등장하는 이름마다 초면이라 뉘신지?를 연발했고, 문장과 분위기에 휩쓸리며 거의 마음으로 이해하는 독서를 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는 적어도 이름들이 완전히 낯설지는 않아서, 정확히 ‘딱 아는 만큼’의 아우라를 풍기며 이야기에 몰입하는 데 도움을 줬다. 물론 여전히 쉽다고는 못 하겠고, 여전히 여러.. 2026. 4. 10. 이전 1 ··· 3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