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30 클라라 뒤퐁 모노 - <사라지지 않는다> / 필름 출판사 사라지지 않는다클라라 뒤퐁 모노 (이정은 옮김) / 필름 출판사💭전쟁은 어떤 관계다. 슬픔도 그렇다. 한 가족에게 ‘부적응한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는 어떤 설명이나 판단의 대상으로 존재하기보다, 산맥이나 돌멩이, 개울이 그저 거기 있듯이 존재한다. 아무것도 판단하지 않고, 약속하지도 않으며, 다만 자연처럼 자기 방식으로 있을 뿐이다. 그런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아이는 가족들에게 더 큰 질문이 된다. 인간이 자연 앞에서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보다 결국 순응하고 학습하며 살아가듯이, 가족들 역시 아이를 자신들의 삶에 끼워 맞추려 하기보다 아이가 있는 삶 자체에 적응해 나간다. 그 과정이 아름답게만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도 좋았다. 아이는 아무런 악의 없이 가족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가족들은 그 고통 .. 2026. 4. 9. 스타니스와프 렘 - <솔라리스> / 민음사 솔라리스스타니스와프 렘 (최성은 옮김) / 민음사💭우리는 인간 말고는 아무것도 찾으려 하지 않아. 다른 세계는 필요치 않은 거지. 솔라리스의 바다는 정말 F-형성물을 통해 인간을 실험했을까. 거기에 어떤 의도나 목적이 있었을까? 하지만 그 질문 자체가 이미 지나치게 인간적인 방식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자꾸만 모든 현상 뒤에 의도와 목적을 찾으려 하고, 인간이 아닌의 행동도 결국 인간의 방식으로 번역해 이해하려 든다. 그러나 솔라리스의 바다가 인간의 방식으로 설명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면 어떨까. 정말로 그저 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한 것이라면, 혹은 그것조차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의 행위가 아니라면 어떨까. 실험이라는 말조차 결국은 인간 중심적이고 지구 중심적인 해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2026. 4. 9. 김한승 - <나는 아무개지만 그렇다고 아무나는 아니다> / 추수밭 나는 아무개지만 그렇다고 아무나는 아니다김한승 / 추수밭💭인류 원리는 우리 스스로를 ’아무개‘로 여기라고 권유합니다. 스스로를 아무개로 볼 때 자신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것들이 생겨난다고 말하는 겁니다. ‘인간은 평범하게 비범하다.’ 우리는 각자 비범하지만, 모두가 비범한 가운데에서 나의 비범함은 전혀 특별한 것이 아니므로 우리는 평범하다. 《나는 아무개지만 그렇다고 아무나는 아니다》는 인간 중심의 근대 철학을 비판하고, ‘인류 원리’라는 낯선 개념에 천착하여 우리 스스로를 특별한 위치에 있다 생각하지 않을 것. 즉, ’아무개‘로 여길 것을 권하고 있다. 특정성을 벗어난 ‘아무개’가 되어 ’나‘와 ’너‘의 위치가 다르지 않음을 인정하는 것이 인류 원리의 정신이다. 우리가 가진 편향성은 우리에게 특정.. 2026. 4. 8. 김상욱 - <떨림과 울림> / 동아시아 떨림과 울림김상욱 / 동아시아💭우주의 본질을 보려면 인간의 모든 상식과 편견을 버려야 한다. 그래서 물리는 처음부터 인간을 배제한다. 김상욱 교수는 프롤로그에 ‘물리학이 인간적으로 보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인문학의 느낌으로 물리를 이야기해 보려고 했다’고 썼다. 그리고 《떨림과 울림》은 정말 그 의도에 가까운 책이었다. 이 책은 물리학의 원리를 단순히 설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원리들이 인간과 삶을 어떻게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지까지 자연스럽게 이어 보인다. 그래서 읽는 동안 과학책을 읽는다는 느낌과 함께, 세계를 바라보는 하나의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많았다. 물리학과 철학적 사유가 만나며 만들어내는 결이 분명히 있었고, 그래서 ‘따뜻한 과학책’이라는 말이 잘 어울렸다. 다만 .. 2026. 4. 8. 아니 에르노 - <여자아이 기억> / 레모 여자아이 기억아니 에르노 (백수린 옮김) / 레모💭그건 여전히 쓰지 못한 책이다. 언제나 뒤로 미뤄진, 차마 형언할 수 없는 구멍. 아무것도 윤색하지 말기. 그는 자신의 원칙을 끝까지 굳건히 지킨다. 철저하게 2014년의 ‘나’가 되어, 잊고 싶었으나 끝내 잊지 못한 1958년의 여름 캠프에 갇혀버린 ‘그녀’를 글쓰기로 잔혹할 정도로 해체하고 재구성한다. 이 책에서 인상적인 것은 과거의 자신을 감싸거나 변호하지 않는 태도다. 보통 회고는 어느 정도의 연민이나 정당화를 동반하기 마련인데, 아니 에르노는 그런 익숙한 보호막을 거의 허락하지 않는다. 타자의 시선으로 ‘그녀’가 겪은 수치스럽고 어리석었던 경험을 다시 바라보고, 그 시절의 무지와 욕망과 굴욕을 냉정하게 직면한다. 그렇게 끝까지 밀고 나간 뒤.. 2026. 4. 8. 양귀자 - <모순> / 살림 모순양귀자 / 살림💭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 쌍둥이인 엄마와 달리 풍족하고 평화로운 인생을 살며 불행이라곤 모를 것 같았던 이모는 굴곡 하나 없이 납작하고 지루한 자신의 삶을 견디지 못한다. 안진진이 사랑한 사람은 김장우지만, 김장우가 가지고 있는 인생의 굴곡은 진진 또한 이미 넘치게 가지고 있었으므로 그와는 다른 것을 줄 수 있는 나영규를 결혼 상대로 선택한다. 엄마가 가진 불행이 이모가 갖지 못한 행복이었듯, 이모가 견디지 못했던 불행이 진진에게는 행복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이 옳은 선택인지는 물론 겪어봐야, 살아봐야 알 수 있다. 삶은 모순으로 가득하다.책장에 이 책이 꽂혀있는 지가 20년이 넘은 .. 2026. 4. 7.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