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기록📚

양귀자 - <모순> / 살림

by pposooj 2026. 4. 7.

모순

양귀자 / 살림


💭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

 
 
쌍둥이인 엄마와 달리 풍족하고 평화로운 인생을 살며 불행이라곤 모를 것 같았던 이모는 굴곡 하나 없이 납작하고 지루한 자신의 삶을 견디지 못한다. 안진진이 사랑한 사람은 김장우지만, 김장우가 가지고 있는 인생의 굴곡은 진진 또한 이미 넘치게 가지고 있었으므로 그와는 다른 것을 줄 수 있는 나영규를 결혼 상대로 선택한다. 엄마가 가진 불행이 이모가 갖지 못한 행복이었듯, 이모가 견디지 못했던 불행이 진진에게는 행복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이 옳은 선택인지는 물론 겪어봐야, 살아봐야 알 수 있다. 삶은 모순으로 가득하다.

책장에 이 책이 꽂혀있는 지가 20년이 넘은 것 같다. 그 사이에 엄마의 책장에서 내 책장으로 넘어왔지만(엄마한테서 훔쳐 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이상하게 손이 가지 않았는데, 그 이유를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워낙에 유명한 작품이라 여기저기 얘기를 너무 많이 들어버린 탓에 읽기도 전에 미리 질려버렸던 것은 아닌가 싶다.
20년 만에 드디어 읽게 된 책은 망설인 시간이 무색하게 무척 재미있었다. 왜 사람들이 모순 모순 하는지 이제야 알았다.

 


 

소소한 불행과 대항하여 싸우는 일보다 거대한 불행 앞에서 무릎을 꿇는 일이 훨씬 견디기 쉽다는 것을 어머니는 이미 체득하고 있었다. 어머니의 생애에 되풀이 나타나는 불행들은 모두 그런 방식으로 어머니에게 극복되었다. (p.139)

 

솔직함보다 더 사랑에 위험한 극약은 없다. 죽는 날까지 사랑이 지속된다면 죽는 날까지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절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 주지 못하며 살게 될 것이다. 사랑은 나를 미화시키고 나를 왜곡시킨다. 사랑은 거짓말의 유혹을 극대화시키는 감정이다. (p.199)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하게 보여졌던 이모의 삶이 스스로에겐 한없는 불행이었다면,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들에게 불행하게 비쳤던 어머니의 삶이 이모에게는 행복이었다면, 남은 것은 어떤 종류의 불행과 행복을 택할 것인지 그것을 결정하는 문제뿐이었다. (p.272)

 

삶의 어떤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우이독경, 사람들은 모두 소의 귀를 가졌다. (p.273)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p.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