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만세
정용준 / 민음사
💭
어쨌든, 소설 만세.
그래서, 소설 만세.
그러나, 소설 만세.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 만세.
글을 잘 쓰는 사람들, 특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소설가들은 언제나 내 동경의 대상이다. 그들은 다른 인물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사람이 아닌 다른 무엇이 되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런 모습을 떠올릴 때면, 소설가는 나와는 전혀 다른 종의 사람들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비상한 머리로 뚝딱하면 새로운 이야기가 끝없이 줄줄 이어져 나오는, 이야기보따리를 뱃속부터 둘러메고 나온 별종 인간 말이다. 어떤 사람이 소설을 쓰는 걸까?
<소설 만세>는 정용준 소설가의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쓴 소설에 대한 에세이이다. 별종 인간이라 생각했던 소설가들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은 보통의 일상을 살아가는 직업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단조로운 하루를 보내고, 글이 잘 써지지 않아 고뇌하고, 때론 자신에 대한 의심에 빠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전반에 걸쳐 소설에 대한 사랑과 소설 쓰는 사람으로서의 철학, 소설 속 인물에게까지 향하는 책임감이 흠뻑 묻어나는 에세이였다. 자기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은 아름답다. 그 사랑이 전염되었는지 그만 나까지 소설을 더 사랑하게 되고 말았다.
소설가와의 심적 거리가 좁혀졌다고 느끼면서도, 여전히 쓰는 일은 나의 몫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대신 읽는 건 자신 있으니 열심히 읽고 열심히 사랑해야지.

자칫 뻔하고 상투적일 수 있는 평범한 삶이 특별해지는 것은 그가 특별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사람 속에 숨어 있는 특별함이 적절하게 이야기될 때다. 이런 점이 너무나 소설적이다. (p.25)
안다. 작가는 진심이고 전념했고 마음 다해 썼다는 것을.
그러나 뜨거운 감정을 독자에게 전달하기 전에 뜨겁다 소리 지르며 놓쳐 버렸다. 독자가 알 수 있는 것은 작가가 뜨거웠다는 것. 그 뜨거움이 무엇인지, 독자는 느껴 보지도 못한 채, 고통을 느끼는 작가를 우두커니 바라볼 뿐이다. 아무 감정 없이. 어떤 감동도 없이. (p.34)
개인적 고통은 다 장애다. 개인적 일들은 다 비극이다. 나는 이런 단순하고 분명한 정의를 갖고 있다. 고통에는 크고 작음이 없고 높고 낮음도 없다. 그것은 한 개인에게 절대적이다.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고 공유되지도 않는다. 때문에 '나'는 '너'의 고통을 결단코 다 알 수 없다. 내 고통의 경험으로 남의 고통을 이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p.69)
고통 이후 계속될 삶을, 소설은 말하거나 열어 줘야 한다. 사건이 발생했고 충격을 받았고 상처를 입었다. 통증을 느꼈고 슬픔 혹은 분노로 일상은 잠시 마비됐을 수 있다. 하지만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오고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 계속 산다면, 계속 살기로 했다면, 그 경험에서 살아남았다면, 상처는 아물고 통증은 사라진다. 흉터는 남겠지만 그것은 새롭게 차오른 살일 뿐 영원히 지속되는 상처는 아니다. (p.88)
때로는 현실이 이야기의 허구성과 과감함을 배워도 되지 않을까. 때로는 현실의 인물들이 소설의 인물처럼 용감해져도 되지 않을까. 솔직하고 정직하게. 눈치 보지 말고 떳떳하게.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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