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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

프랑수아즈 사강, 베르나르 뷔페 - <해독 일기> / 안온북스

by pposooj 2026. 4. 20.


해독 일기

프랑수아즈 사강 (베르나르 뷔페 그림, 백수린 옮김) / 안온북스


💭

나는 나를 감시한다. 나는 내 안에 있는 다른 짐승을 감시하는 짐승이다.

 

 

약물에 중독된 사강이 중독 치료를 위해 시설에 입원한 기간 동안 쓴 일기이다. 베르나르 뷔페의 거칠고 파격적인 삽화가 사강의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내면을 더욱 효과적으로 보여 주는 듯했다. 글이 매우 짧은 데다 삽화까지 있어 순식간에 읽을 수 있었는데, 짧은 문장들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담긴 감정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오히려 더 직접적으로 와닿아서 읽는 내내 쉽게 넘기기 어려운 순간들이 있었다.

중독의 고통과 입원 생활의 고독, 혼란과 우울 속에서도 자신을 외면하지 않고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읽기와 쓰기를 멈추지 않는 그의 태도가 경이롭게 느껴졌고, 그 기록들이 단순한 일기가 아니라 자신을 붙잡기 위한 어떤 방식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떤 부분에서는 내면의 독을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 배출하고 있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그래서인지 이 짧은 글들이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그 시간을 견디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통증은 나를 작아지게 만든다. 그리고 두렵게 만든다. (p.12)

 

속이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지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속이려는 마음이 시작된다. 유일한 해결책은 정말 고통스러울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지금처럼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정도가 아니라. 나는 나를 감시한다. 나는 내 안에 있는 다른 짐승을 감시하는 짐승이다. (p.19)

 

나는 남은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내게 반하고, 나를 돌보고, 햇볕에 몸을 그을리고, 근육을 하나하나 다시 키우고, 옷을 차려입고, 끝없이 내 신경을 달래고, 나에게 선물을 하고, 거울 속의 나에게 불안한 미소를 지어 보여야 한다. 나를 사랑해야 한다. (p.43)

 

이 일기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에게 한 가지를 더 짚어두어야 할 것 같다. 그것은 내가 평범한 생각에 그러듯이 죽음에 대한 생각에 조금씩 익숙해졌다는 사실이다. 이 병이 낫지 않는다면 염두에 둘 하나의 흔한 해결책처럼. 나를 두렵게도 하고 혐오스럽게도 하지만 죽음은 일상적인 생각이 되었고, 만약의 경우 직접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슬픈 일이지만 필요한 일일 것이다. 내 몸을 오래 속이는 일은 불가능하다. (p.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