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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김원영 - <사이보그가 되다> / 사계절 사이보그가 되다김초엽, 김원영 / 사계절💭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어떤 시기에는 정상성의 범주에서 밀려난 존재가 된다. 사실 장애인의 권리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나의 호기심이나 섣부른 질문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진 않을까, 무례하게 느껴지진 않을까 싶어 말하기 전에 스스로 검열부터 하게 됐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런 태도 자체가 장애인을 나와 다른 '타자'로 두고 경계를 긋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을 읽는 과정은 그 경계를 허무는 작업과 같았다. 살다보면 누구나 일시적으로든 지속적으로든 '비정상'의 범주에 속하는 순간이 있고, 그렇게 생각한다면 장애란 특정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된다. 더이상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조심스러.. 2026. 4. 2.
이언 매큐언 - <견딜 수 없는 사랑> / 복복서가 견딜 수 없는 사랑이언 매큐언 / 복복서가💭견딜 수 없음에도 결국은, 사랑. 이언매큐언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인간의 감정의 가장 복잡하고 모순된 면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가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전에 읽었던 에서처럼, 이언 매큐언은 단순한 사건 하나로 인간의 심리를 갈가리 찢어놓는다. '작가 이름이 스포'라고..이번 책도 분명 단순한 사랑 이야기는 아니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그리고 역시나였다.을 고르면서 이번 이야기도 그냥 단순한 사랑이야기는 아니겠거니 생각했다. 은 '이런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한번 출간 후 절판되었다가, 이번에 다시 재출간된 책이라고 한다. 나는 이번에 처음 읽었지만, 왜 재출간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다면적인지, 그리고 그것이 인간을 어.. 2026. 4. 2.
최승자 -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 난다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최승자 / 난다💭사실 죽음과 관능은 어쩌면 서로 떨어진 독립적인게 아니고 한 동전의 앞뒤와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200페이지도 채 되지 않는 책인데도 쉽게 넘어가지지 않았다. 좋은 문장이 많아서라기보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너무 깊게 박혀서 자꾸 멈추게 되는 책이었다. 발췌하고 싶은 문장이 너무 많았지만, 몇 줄만 긋고 지나가기에는 한 페이지 전체가 통째로 마음에 남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래서 오히려 밑줄을 치지 못한 페이지가 많았다. 이 책은 죽음과 불행, 상처와 고통, 고독 같은 어두운 감각을 오래 바라보게 만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읽고 나면 완전히 어두운 마음만 남지는 않는다. 그 모든 것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통과해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삶에 대한 애정이 책.. 2026. 4. 1.
페터비에리 - <자기결정> / 은행나무 자기 결정페터비에리 / 은행나무💭우리 모두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기를 원합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타고 다니다 한 채널에서 추천받아 읽게 된 '자기 결정'. 제목부터가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하루에 수십 번도 더 하는 나를 저격하는 느낌이라 선택해 본 책이다. 일단 강렬한 빨간 표지에 책 두께도 매우 얇은 편이고, 후루룩 훑어봤을 때 어려운 단어가 눈에 띄는 것도 아니라서 넉넉잡아 하루면 뚝딱 읽을 수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몇 페이지 넘기자마자 마음을 고쳐먹을 수 밖에 없었다. 매 챕터마다 밑줄 긋고 다시 읽게 되는 문장이 많았고, 결국은 연필까지 꺼내 들고 정독한 후에야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최근 들어 실존주의 철학에 흥미가 생겨 관련 책을 조금씩 읽고 있다. 알아갈수록.. 2026. 4. 1.
존 윌리엄스 - <부처스 크로싱> / 구픽 부처스 크로싱존 윌리엄스 (정세윤 옮김) / 구픽💭그는 자기 자신을 바라 보았다.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었다. 묘사가 너무나 디테일하고 생생하다. 과장을 좀 보태자면 안장에 쓸린 다리의 통증과 지독한 갈증, 들소 사체에서 풍겨오는 썩은 악취, 들소 가죽을 비집고 들어오는 차디찬 눈과 강추위를 몸소 겪는 듯했다. 읽는 내내 단순히 장면을 상상하는 수준이 아니라, 감각적으로 그대로 전달되는 느낌이 강해서 더 깊이 몰입하게 됐다. 서부가 주 배경이어서 그런지 얼마 전 읽은 핏빛 자오선이 생각나기도 했는데, 핏빛 자오선이 인간의 잔혹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면 부처스 크로싱은 낙원과도 같은 모습 이면에 무자비함을 품은 대자연과, 욕망 앞에 드러난 인간의 폭력적인 본성, 그리고.. 2026. 3. 31.
김보영, 이수현, 위래, 김주영, 이산화 - <원하고 바라옵건대> / 안전가옥 원하고 바라옵건대김보영, 이수현, 위래, 김주영, 이산화 / 안전가옥💭 신령스러운 짐승을 일컫는 ‘신수’를 주제로 한 다섯 개의 소설이 담긴 앤솔로지였다. 평소 김보영 작가의 소설을 좋아하는 터라 냉큼 골라 왔는데 다섯 작품 모두 기발하고 개성 있는 이야기였다. 익숙한 호랑이와 용뿐만 아니라 맥, 진묘수, 곤과같이 조금은 생소한 신수의 존재도 흥미로웠고 신화스럽기도 하고 SF스럽기도 한 동양풍 판타지의 기묘하고 신비한 분위기가 어우러져 즐겁게 읽었다. 과 , 가 특별히 재미있었는데, 은 산군 밀우가 후녀를 키우며 정이 드는 과정, 연나의 모계 설정 등이 흥미로웠고 은 맥의 배 속에서 튀어나온 꿈이 현실과 뒤섞인 세계의 묘사, 죽고 싶어 하는 나와 살고 싶어 하는 서생원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또 는 .. 2026. 3.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