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튜브
손원평 / 창비
💭
행동에 목표를 없애는 거지. 행동 자체가 목표인 거야.
나는 자기 계발서에 좀 시큰둥한 편이다. 기질상 크게 욕심이 없어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는 일이 잘 없기 때문에 거창한 목표를 가진 사람들에 공감이 잘 안 가는 것도 있고, 실패를 딛고 결국 성공을 쟁취하는 이야기가 동기부여가 된다기보다 살짝 피곤한 느낌이라 외면하고 싶달까.. 솔직히 얘기하자면 그런 식으로 자신을 몰아붙이며 살아갈 자신이 없다는 게 이유인 것 같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여러번 '소설판 자기 계발서'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다른 자기 계발서와는 다르게 마음이 약간 움직었던 것은 이 이야기가 빛나는 성공담이 아닌 그저 뭔가를 좋게 바꿔보려고 하는 김성곤 안드레아의 발버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별 기대없이 관성적으로 책장을 넘기면서도 한심하기 그지없는 인간이었던 김성곤 안드레아의 작은 변화에 흐뭇해하고, 그의 모습이 나 자신과 겹쳐 보이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 행동에 목표를 없애는 거지. 행동 자체가 목표인 거야."라는 책 속 문구가 맘에 와닿았다. 김성곤 안드레아는 결국 실패한 것일까? 그의 목표였던 '지푸라기 프로젝트'가 실패했으니 그가 했던 모든 행동과 변화들은 무의미해진 걸까? 따지고 보면 실패한 것은 사업이지 김성곤 안드레아의 인생이 아니다. 붙잡은 지푸라기가 모여 잠깐 튜브가 되었지만, 그 튜브는 가라앉았다. 하지만 튜브가 가라앉으면 다시 지푸라기부터 붙잡으면 된다. 지푸라기를 붙잡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결과와 상관없이 내딛는 작은 발걸음 그 자체가 의미이고 성공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책 속의 말처럼 생각의 스위치를 꺼버리고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뻔하지만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나는 어떤가. ‘나는 욕심이 없어’라는 말 뒤에 숨어,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으면서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실패할까 봐 시작조차 하지 않는 버릇, 나도 모르게 몸에 밴 그 습관에서 이제는 조금씩 벗어나 보고 싶다.
결과가 아닌 ‘지금의 행동’에 집중하는 것. 생각의 스위치를 끄고, 그냥 하는 것. 그게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걸지도 모른다.
사실 뭔가를 나쁘게 바꾸는 건 아주 쉽다. 물에 검은 잉크를 한 방울 떨어뜨리는 것만큼이나 쉽고 빠르다. 어려운 건 뭔가를 좋게 바꾸는 거다. 이미 나빠져버린 인생을 바꾸는 건 결국 세상 전체를 바꾸는 것만큼이나 대단하고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뭔가를 좋게 바꾸려는 김성곤 안드레아의 이야기이다. 그러니 그 고군분투가 따분하게 느껴진다면 그냥 그가 실패했다고 생각해도 된다. 사실 세상엔 그런 이야기가 훨씬 더 많다 (8p)
빛이 꺼진 것처럼 보이는 인생에도 기회가 다가와 문을 두드릴 때가 있다. 그 두드림은 너무 작고 은근해서 예민하지 않은 사람은 쉽게 놓치고 만다. (51p)
“있잖아, 진석아. 난 그동안 뭘 할 때마다 늘 목표를 생각했거든. 근데 그 목표들이 순수하지가 않았어. A는 B를 위한 행동이고 B는 C를 위한 행동이었을 뿐이었으니까. 그랬거든? 근데 그게 다 부질없게 느껴지더라. 최종 목표가 무너지면 중간에 했던 A부터 Z가 전부 무의미해지더라고. 그래서 이제 그렇게 거창한 목표 같은 걸 안 세우기로 했어. 행동에 목표를 없애는 거지. 행동 자체가 목표인 거야” (104p)
생각의 스위치는 끄고 세상을 그대로 바라보세요. 우린 항상 무언가를 판단하느라 에너지도 감정도 너무 많이 쓰고 있잖습니까. 그러다 보면 자꾸만 소모적인 생각이 날아들고 세상을 그대로 바라보거나 이해하지 못하게 돼요. (145p)
성공이 꼭 대단한 결과만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우린 성공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면 지레 겁을 먹게 되죠. 작은 한걸음을 내딛고 거기서부터 힘을 얻어 걸어가면 됩니다. 그 자체가 이미 성공일 수 있어요. 사실 여기까진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일지도 모릅니다. 제가 제안하는 건, 함께 하자는 겁니다. 어떤 인생이든 그 안엔 절망과 희망이 함께 깃들어 있고 작든 크든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게 도와줄 지푸라기를 잡고 싶어 하는 건 모두가 똑같아요. 하지만 어떤 지푸라기를 쥘 건지는 스스로 정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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