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기록📚

이언 매큐언 - <견딜 수 없는 사랑> / 복복서가

by pposooj 2026. 4. 2.


견딜 수 없는 사랑

이언 매큐언 / 복복서가


💭

견딜 수 없음에도 결국은, 사랑.

 

이언매큐언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인간의 감정의 가장 복잡하고 모순된 면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가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전에 읽었던 <속죄>에서처럼, 이언 매큐언은 단순한 사건 하나로 인간의 심리를 갈가리 찢어놓는다.  '작가 이름이 스포'라고..이번 책도 분명 단순한 사랑 이야기는 아니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그리고 역시나였다.

<견딜 수 없는 사랑>을 고르면서 이번 이야기도 그냥 단순한 사랑이야기는 아니겠거니 생각했다.

 

<견딜 수 없는 사랑>은 '이런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한번 출간 후 절판되었다가, 이번에 다시 재출간된 책이라고 한다. 나는 이번에 처음 읽었지만, 왜 재출간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다면적인지, 그리고 그것이 인간을 어디까지 몰고 갈 수 있는지를 굉장히 서늘한 시선으로 그리고 있는 책이다. 

 

상대는 물론 나조차 파괴하는 감정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소설 속 어떤 이의 사랑은 굉장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보였지만 손톱만 한 의심이 끼어들자 견디지 못하고 금세 깨져버렸고, 또 어떤 이의 사랑은 상대에게 집착하다 광기에 휩싸여 결국 자신까지 파괴하고 만다. 또 어떤 이는 상대가 자신을 배신했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절망하여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제대로 애도하지도 못했다. 우리가 사랑이라 포장하고 있는 감정이 때로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었다. 

 

인상 깊었던 문장들 중 “우리는 우리에게 이로운 것을 보고 이롭게 기억했고, 그러면서 우리 자신을 설득했다.”는 구절은 사랑뿐 아니라 인간관계 전반에 대한 통찰처럼 느껴졌다. 믿고 싶은 대로 믿고,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하는 우리. 그 안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은 얼마나 쉽게 뒤틀릴 수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책을 읽으며 내가 사랑이라고 믿는 감정이 정말 순수한 것인지, 나의 욕망과 불안을 반영한 무언가는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랑은 때로 집착이 되고, 광기가 되고, 폭력이 된다. 하지만 다시 신뢰를 되찾게 하고, 쓰러진 나를 일으켜 살아가게 하는 힘 또한 사랑이다. 

불완전하고 위험하지만, 그래서 인간적인 사랑. 이언 매큐언이 말하고 싶은 사랑이 이런 것일까? 

 

 


 

나는 망설였다. 이런 식의 생각을 좋아하지 않았다. 로건의 죽음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것이 우리가 충격을 받은 이유 중 하나였다. 때로는 착한 사람들이 고통받고 죽기도 하는데, 그들의 선함이 시험받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선함을 시험할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 외에는 아무도. (p.98)

 

클래리사와 내가 별다른 노력 없이 수년간 유지해 온 편안한 관계가 이제는 들고 다니는 골동품 시계처럼 정교하게 만든 물건이나 세심하게 균형을 맞춘 책략으로 보였다. 우리는 그 관계를 지속하는 방법을 힘들게 노력하지 않고 지속하는 방법을 잊어가고 있었다. (p.155)

 

병이 있기 위해서는 건강이라는 숨어 있는 개념이 존재해야 했다. 드클레랑보 증후군은 더 밝은 세상을, 사랑이라는 명분을 향해 무모하게 달려드는 정상적인 연인들의 세상을 반영하고 패러디하는 어둡고 비뚤어진 거울이었다. (p.193)

 

나는 익숙한 실망감을 느꼈다. 이젠 인간이 어떤 문제에 대해 타인의 동의를 얻는 것이 불가능했다. 우리는 절반만 공유되는 믿을 수 없는 인식의 안개 속에서 살았고, 우리의 감각 정보는 욕망과 믿음의 프리즘에 의해 왜곡되었으며, 그 프리즘은 우리의 기억까지도 왜곡했다. 우리는 우리에게 이로운 것을 보고 이롭게 기억했고, 그러면서 우리 자신을 설득했다. (p.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