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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

페터비에리 - <자기결정> / 은행나무

by pposooj 2026. 4. 1.


자기 결정

페터비에리 / 은행나무


💭

우리 모두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기를 원합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타고 다니다 한 채널에서 추천받아 읽게 된 '자기 결정'. 제목부터가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하루에 수십 번도 더 하는 나를 저격하는 느낌이라 선택해 본 책이다. 일단 강렬한 빨간 표지에 책 두께도 매우 얇은 편이고, 후루룩 훑어봤을 때 어려운 단어가 눈에 띄는 것도 아니라서 넉넉잡아 하루면 뚝딱 읽을 수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몇 페이지 넘기자마자 마음을 고쳐먹을 수 밖에 없었다. 매 챕터마다 밑줄 긋고 다시 읽게 되는 문장이 많았고, 결국은 연필까지 꺼내 들고 정독한 후에야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최근 들어 실존주의 철학에 흥미가 생겨 관련 책을 조금씩 읽고 있다. 알아갈수록 주체적인 삶이라는 게 정말 어렵다 느껴진다. 내 인생을 내가 온전히 살아내기가 왜 이렇게 힘든지. 인생에 정답은 없다지만 나의 선택과 결정이 결국은 실존적 나를 만드는 것일 텐데, 나는 제대로 된 선택을 하면서 살아가는걸까? 나이가 들수록 존재적 불안이 커지는 느낌이다. 어릴 땐 한 번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던 “나는 누구지?”, “나는 나답게 살고 있는 걸까?” 같은 질문들이 요즘은 자주 머릿속을 맴돈다. 《자기 결정》은 그런 내 고민에 철학적으로 접근해보게 만든 책이다.

 

그 불안의 원천은 바로 '내가 바라는 나'와 '그렇지 못한 나'의 괴리인데, 이 책에서는 '내면의 진짜 나'를 알기 위해, '내가 바라는 나'를 떨쳐내고 '그렇지 못한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자기 인식'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에서 특히 마음에 남은 건, 자기 인식을 위해서는 내면의 깊은 곳만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언어로 표현하고, 타인의 시선과 마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나 혼자 안으로만 파고들던 습관이 오히려 왜곡된 자아상을 만들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뜨끔했다. 타인의 시선은 무섭지만, 때로는 나를 교정해주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또한, 작가는 문학 읽기와 글쓰기를 통해 ‘나’를 표현하고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표현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는 문장에 마음이 멈췄다.
그래서 나도 오늘부터 작은 실천을 해보려 한다. 책을 읽고 나서 이렇게 짧은 기록이라도 남기는 것. 내 생각을 언어로 꺼내는 이 작업이 언젠가 나를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다음에는 같은 작가가 ‘파스칼 메르시어’라는 필명으로 쓴 《언어의 무게》도 다시 도전해볼 예정이다. ‘자기결정’이라는 키워드를 따라가다 보면, 언젠가는 지금보다 조금 더 나 자신을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기억이 강력하게 압도적인 그 힘으로 어떤 의지를 자꾸만 방해하거나 무시당하고 분열된 과거가 되어 우리의 경험과 행위를 비열한 어둠 속에 꼼짝 못 하게 옭아맬 때, 정신의 지하 감옥이 되고 맙니다. 오직 그들을 언어로 불러내야만 그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p.26)

 

자물쇠를 채운 자신의 내부세계 안에서 자기 인식을 찾아 나선다면 그것은 오류일 것입니다. 한 줄기 깨달음을 주는 내부로의 시선이 사고와 감정의 어둠을 몰아낼 것이라고 말하는 은유적 문장들이 습관적으로 주는 유혹을 떨쳐내야만 합니다. (p.45)

 

타인의 시선은 교정 기관이 될 수 있습니다. (...) 타인의 인식과 우리의 자아상 사이의 간극이 벌어지는 이유는 자아상이 자기기만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p.49)

 

기억은 사람을 가두는 감옥이 될 수 있고 뒷걸음질을 강요하기도 하며 미래를 바라보는 홀가분한 시선을 차단하기도 합니다. 기억이 휘두르는 전횡을 막는 방법은 오직 자기 인식뿐입니다. (p.68)

 

문화적 정체성이란 우연한 것이며 항상 대체물이 있습니다. 교양은 바로 이러한 우연성을 인정하는 것이고요. 교양은 자만심과 독단론, 외부의 것에 대한 무조건적인 낙인과 평가절하로부터 우리를 방어합니다. (p.78~79)

 

문화의 주제는 앞에서 말한 습득의 과정에서 어떤 특정한 역할을 수행할 때에만 교양에 진정한 도움을 줍니다. 자신이 쓰는 언어가 독서를 통해 풍부해지고 차별화되고 독립적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교양의 차원에서 무언가 변화가 일어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p.95)